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운동장에 펜스를 굴리자 흙먼지가 일어나며 바닥에는 바퀴가 굴러간 흔적이 그대로 남았다. 펜스의 무게 때문인지 굴러가는 소리 조차도 무겁고 둔탁했다. 인준은 제 키를 훌쩍 넘는 펜스를 밀면서도 운동장을 도는 인원들에게 매료된 사람처럼 눈을 떼지 못하고 잘 밀리지도 않는 펜스를 힘겹게 굴렸다. 똑같은 유니폼이었지만 인준의 하얀 유니폼에 비해 운동장에서 구른 흔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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34 5 1 2022.04.25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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제노는 비공식적으로 13년 전에 죽은 사람이다. 사인은 질식사. 화마가 덮친 건물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제노의 어린 몸은 건물에 갇혀 그대로 숨을 거두었다. 곧 전소될 것처럼 위태로운 건물에서 낮게 잠들었던 몸을 소방수가 둘러메고 나오자 곳곳에서 통곡하는 신음이 터졌다. 직접적으로 열에 데이지는 않아 몸은 상처 없이 깨끗했지만 맑게 웃던, 환하던 그 낯빛은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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58 6 2022.04.25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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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. 입사 첫날 붙은 별명은 떨떠름이. 다가오는 사람 제로. 회식 자리에서도 늘 구석탱이. 탕비실을 지나가면 들리는 제 이름에도 귀만 긁적거렸다. 원채 이런 부정적인 여론에 익숙한 몸이었다. 누구보다 사회 생활 잘한다고 생각한 제가 어쩌다 씌인 누명인지는 인준 본인도 잘 아는 사실이었지만 굳이 해명하려고 들진 않았다. '그 인간'한테 눈 흘긴 게 그렇게 잘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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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23 11 2022.04.25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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병현이 인적사항이 적힌 종이를 돌리자 소수의 단톡방에는 비상이 걸린 것처럼 소란스러워졌다. 과대 어디 갔는데? 몰라 걔 입원했다매 아 망햇음 야 연필로 써도 됨? ㄴㄴ 볼펜으로 쓰래 ㅜ 주어 없는 뒷담화는 종이가 강의실을 돌 때까지 멈추지 않았다. 가장 뒤에 앉은 지원의 손을 떠난 인적사항은 다시 병현에게 안겼다. 병현은 강의실에 들어왔을 때처럼 품에 종이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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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12 6 2022.04.25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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모든 가이딩은 자료로 남긴다 제노는 여전히 가이드 없이 훈련을 받았지만 그나마 SS급의 상위 가이드와의 접촉으로 연명할 수 있었음 접촉 역시 딱 '접촉'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음 제노와 접촉했던 가이드 하나가 곧장 팔목에 둘러진 스마트 워치로 무언가를 입력하는 게 보이자 제노는 그게 뭐냐고 물었음 가이드들은 모든 가이딩을 보고해야 하는데 본인은 기억력이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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157 4 2022.04.25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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안녕하세요! 베러입니다. 마지막 글 이후로 약 거진 이 년이 흘렀네요. 다들 잘 지내고 계신가요? 갑자기 죽은 사람이 하면 안 되는 짓인 부활을 하니 많이 놀라셨을 텐데 사실 내용은 별것 없습니다. 읽으셔도 되고, 안 읽으셔도 됩니다. 진짜임. 먼저 <이혼남의 사정>은 현재 제가 실업급여 수급 상태이기에 수익 발생으로 인한 문제 예방 차원에서 잠..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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274 12 2022.03.11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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